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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독서노트

숨결이 바람될 때/폴 칼라니티

by 영성블 2018. 3. 6.


이 책은 이동진님의 팟캐스트에서도 소개가 되었고, 친구에게도 추천을 받았었다. 저자는 젊은 나이에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던 유능한 의사였다. 길고 힘든 수련 생활을 마치고 앞으로 창창한 미래만 있을 것 같았는데, 암을 발견하게 된다. 

서른 여섯에 죽음을 마주하면서 이토록 의연할 수 있을까? 환자들을 살리던 의사가 죽음과 싸우는 환자의 입장이 되어 담담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습에서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찮은 물질주의, 쩨쩨한 자만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 문제의 핵심, 진정으로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뛰어들고 싶었다.

    — 본문 中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충분히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죽음을 마주하기 전,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죽음을 마주했을 때 저자처럼 반응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수술실로 다시 돌아가 남은 생을 의사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폐암 4기라 하더라도, 죽음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예감하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여전히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비록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의사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없었고, 책의 지필도 끝내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해 살아간 폴의 삶은 그 자체로 열정이고, 아름다움이었다.



딸에게 남기는 편지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본문 中


딸에게 남기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났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된 딸과 아내를 남기고 떠나는 아빠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나의 삶을 기쁨으로 채워준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가 살아갈 날은 얼마나 남았는가?


저자는 남겨진 가족에게, 독자들에게 마음을 다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과 칼럼을 읽은 한 명의 독자로서 그 희망을 잃지 않아야 겠다. 삶과 죽음 사이의 이 공간에서 충만하게, 의미있게 살아가야 겠다.